[개운법] 완벽하지 않은 현상계에서 즐겁게 살아가기 (1)

 

경자년 새해가 밝았네요. 친구가 보내 준 글(클릭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을 읽다가 , 참 좋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나누는 건 귀한 인사지만, “인생에 어떻게 꽃길만 있겠나? 고통이 있어야 정신을 모으고, 저항을 만나야 반성도 하고 힘을 기른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글도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건강한 자존만큼이나 적절한 좌절경험이 회복탄력성의 거름이 되거든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2019년 한 해에 어떤 일이 기억에 남았나요?

 

좋은 일도 있었지만, 그 기쁨도 이젠 살짝 표백되어 있을 테죠. 고통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 고통의 아픔도 조금은 수그러들어 있을 겁니다.

 

우리는 어떤 자극에 노출될 경우, 일상의 균형을 위해 비교적 빨리 그에 익숙해져서 적응이 되어 버리니까(Diener & Lucas, 2000).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살고 있는 현상계에서 느끼는 기쁨은 오래 가지 않는 것 같아요. 당장은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데,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고, 또 다른 문제들이 두 손 모으고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새해가 되면 개운법 차원의 글을 하나씩 썼었는데, 지난 글들을 읽어 보면 ,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니. 이건 내가 쓴 게 아니라 우주가 날 통해 보낸 거네.’ 싶은 글도 있고, ‘아이고 이런 글을 썼다니, 참 얄팍하네. 부끄러워라.’ 하는 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족 없는 현상계에서 좀 더 가볍고, 즐겁게 살아보자는 마음에 몇 가지 태도를 정리해 보고 싶어졌어요.

 

 

(1) 불순물은 나의 친구

 

여러 논문을 보다가 재밌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보통 집중력이 높은 사람들은 당면한 그 일에만 몰두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물론 무아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런 경우보다는 집중력 높은 이들의 특징이 올라오는 잡생각을 충분히 허용하면서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경향이 높더라고요.

 

Peter Gollwitzer가 집중력에 관해서 여러 연구를 한 분인데, “중간에 잡생각이 나면 절대 안 돼!” 라는 학생들보다 뭐 잡생각은 나의 친구지. 솟아나면 그래, 왔어? 안녕? 하고 뒷배경으로 자연스럽게 흘리면서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몰입도가 훨씬 높다는 걸 포착했죠.

 

우리가 생각과 감정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통제하려 할수록 더 엉뚱한 방향으로 증폭되는 게 심리기제니까요. 차라리 심리적 불순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게 개운법 차원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죠.

 

이건 마치 운동화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숨어 있어서, 길을 걸을 때마다 절그럭거리는 기분이 드는데(차라리 진짜 돌멩이면 방법을 연구해서 빼내면 되지만) 심리적 돌멩이라면 그러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아이고, 돌멩이 친구야. 니가 이유가 있어서 내 머릿속에 왔겠지?” 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당장 해결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면 메모만 해 둔 뒤에, 그냥 내 할 일을 해나가는 거.

 

이 뭔가 찜찜하고 절그럭거리는 기분을 심리적 방석쯤으로 여기고, “얘네도 알고 보면 나를 살리기 위해서 온 내편이다! 감사합니다!” 하고 어깨의 힘을 좀 빼고 나아가는 겁니다.

 

 

 

 

(2)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것들 알아두기

 

아무리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이더라도 심리적 타격을 입은 뒤에는 일상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떠올리고,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도 여럿 있는데요. 이런 분들 특징이 자기 나름의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리스트를 꽤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음은 쑥대밭이 되었어도, 간단하게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말들을 떠올려 보고, 운동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시를 읽고,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읽고, 기분을 북돋는 영화를 보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하며 내어맡기는 것 등등,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발견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거죠.

 

자존감이 복구되는 지점을 보면요. 주로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여태껏 성취한 크고 작은 성공을 떠올려 보고 인정하는 데에서 옵니다. 진짜 별 것 아니어도 좋아요. 도전해서 백점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작은 열매를 얻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제가 누차 이야기하는 지점이 자존감 강화란 거창한 게 아니라, 삶 속에서 발견되는 긍정적인 기호와 우리 자신을 연결 짓는 능력이거든요.

 

한 지인이 있는데 그는 미남도 아니고 스펙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소개팅을 하면 항상 여자 쪽 반응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비결을 물었더니 난 나를 찬 아홉 명의 여자 대신 나를 엄청 좋아해 준 세 명의 여자를 떠올리고 소개팅에 임하거든.” 하고 웃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삶 속에서 발견한 긍정적인 기호와 자신을 연결 짓는 능력이 뛰어난 거죠. 그러한 자신감이 상대방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했을 테구요. 저도 강의와 프로그램을 나가면 저에게 반짝이는 눈으로 집중하는 분들 위주로 아이컨텍하며 진행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평소에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내 기분을 좋게 하는 것,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내가 도전해서 성취한 것은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걸 좀 써 두세요. 막상 멘붕(?)에 빠지면 이러한 지점들이 전~혀 생각이 안 나기 때문에 미리 리스트로 작성해 두는 거죠.

 

   

(3) “지금은 여기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갖자.

 

저번에 세미나에 갔더니 어느 교수님이 그러더라고요. 현대인이 불행한 건 지금 여기가 최선이라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고요. 이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으니, 지금은 나쁘지만 나중에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 자체를 버리라는 건 아닙니다. 나 나름으로는 어쨌든 살아보겠다고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하다 보니 지금 여기에 이르렀는데, 자꾸 기대적 미래에 마음이 가 있으니 불안도가 높아진다고요.

 

Perls불안이란 현재와 미래 사이의 간격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를 떠나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면 어찌해볼 수 없는 행동만큼 불안이 스며듭니다. 따라서 개체가 미래로 달려가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불안은 더욱 커지게 되죠.

 

A=F-P

 

A : anxiety(불안) F : Future(미래) P : Present(현재)

 

, 그리고 Perls에 따르면 불안이란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흥분을 말하는데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감정을 느낄 때 흥분 에너지가 동원됩니다. 그 순간, 그것을 행동을 옮겼을 때 초래되는 좌절을 예상해 호흡을 멈춤으로써 흥분을 억제하게 되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는 거죠. 즉 불안이란 흥분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막아버림으로써 해소되지 못한 흥분 에너지인 셈입니다.

 

A=E-B

 

A : anxiety(불안 E : Excitement(흥분)  B : Breath(호흡)

 

이런 도식에 의하면, 호흡을 온전히 하고 있으면, 현재와 접촉할 수 있고, 반대로 지금, 여기에 제대로 깨어 있으면 또한 호흡은 자연스럽게 돌아온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은 여기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때, 비로소 호흡도 자연스럽게 돌아오고, 불안도 감소한다는 거죠.

 

, 좀 더 쓰고 싶은데 글이 길어지니까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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